고자질
작성자 소중한사람들
작성일 26-06-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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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
남편과 나는 목회자로서 조금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목회의 길로 접어들었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모른다. 교회 개척 초창기에는 성도들의 말이 거역할 수 없는 왕의 말과 같았다.
성도들이 나에게 “사모님, 머리가 길어서 답답해 보여요” 한마디만 하면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머리를 잘랐다. 그랬더니 이번엔 “머리가 짧아서 촌스러워 보인다”며 핀잔을 준다. 남편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성도님 집에서 심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 어떤 일부터 우선으로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지혜를 구했다. 믿음이 좋았던 어머니는 분명 성도들이 첫 번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너는 첫째, 한 남편의 아내다. 둘째, 아이들의 어머니다. 셋째, 너는 부모님의 자녀다. 넷째, 너는 목사의 사모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의 삶을 올바로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모로서의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그 우선순위에 따라 살았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못한 채로 목회 사역을 해야 하는 나에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것은 바로 ‘고자질’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성도들이 집으로 돌아간 밤, 넓은 몸배 바지를 입고 교회의 강대상으로 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쭉 펴고 편하게 앉아 하나님께 고자질을 하라는 것이었다.
“오늘 나에게 스트레스 준 ○○○ 권사를 주님이 다리 하나 삐게 해주세요. 남편이 무례하게 말했는데 입 언저리에 종기가 나게 해주세요.”
내 마음속에 생각나는 대로 주님께 일러바치라는 것이었다. 그들을 용서하라든지 복을 주라는 등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나를 힘들게 했으니 주님이 나를 대신해서 멋지게 혼내달라고 구체적으로 일러대는 것이다.
나는 매일 밤 고자질하기에 바빴다. 그랬더니 낮에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만나도 속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나한테 잘난 체하고 있지만 어디 두고 봐! 오늘 밤 고자질의 상대는 바로 너다’라고 생각하니 우습고 고소하기까지 했다.
하루는 ‘심술꾸러기 ○○○ 집사의 발을 삐게 해달라’고 했더니, 그 이튿날 목발을 짚고 교회에 온 것이다. 어찌 된 일이냐 물었더니 어젯밤 계단에서 떨어져서 발이 부러졌단다.
“아이쿠! 주님, 저의 요구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엔 너무 과하셨어요.”
나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통로를 다녀온 사람처럼 밤이 기다려지고 목회 사역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나고 나니 고자질을 하지 않으면 왠지 개운치 않아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쭉 펴고 앉았던 다리는 저절로 무릎이 꿇어졌고, 고자질하던 나의 입은 애통하는 눈물의 기도가 되었다.
“사모가 주님에게 고자질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고자질하면 모래알 같은 문제가 바윗덩어리가 되어 돌아온다. 주님께 고자질하면 바윗덩어리 같은 문제도 모래알이 되어 돌아온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나는 수없이 많은 바윗덩어리가 주님께 드리는 고자질로 인해 모래알이 되어 돌아오는 기적을 밤마다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목회 사역을 두려워하는 후배 사모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걱정 말아요! 목회 사역 별것 아니에요. 결코 힘들지 않아요. 밤마다 한 시간씩만 고자질을 잘하면 다 해결돼요.”
햇병아리 목회 초년병이었던 나는 어느덧 목회의 현장에서 삼십 년 동안 일하고 있는 야전 노장이 되었다.
글/ 유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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